- 유치권 대항력의 판단기준?... ‘경매개시결정 등기일’ VS ‘체납처분압류 등기일’
- 행복한 중개업 / 2017.12.11
민법 제320조 제1항에 따르면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담보물권이다. 따라서 어떤 부동산에 이미 저당권과 같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그 부동산에 관해 민사유치권이 성립될 수 있다.
한편 민사집행법은 제91조 제3항, 제5항에 의거, 경매절차에서 저당권 설정 후에 성립한 용익물권은 매각으로 소멸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유치권에 관해서는 저당권 설정과의 선후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경매절차의 매수인이 유치권의 부담을 인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민사유치권자는 저당권 설정 후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점유하는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이라는 민사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을 고려해 공평의 원칙상 그 피담보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확보해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에 관해 이미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비로소 그 부동산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유치권자에게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한 유치권의 행사를 허용할 경우,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절차적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경매 목적 부동산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매각해 채권자들의 채권회수를 매우 어렵게 하고 나아가 이해관계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에까지 압류채권자를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희생하에 유치권자만을 우선 보호하는 것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주요 판결 트렌드였다. 요컨대 유치권 설정시점이 경매개시결정기일 이전인지 이후인지에 따라 유치권의 대항력도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공매와 경매 절차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는 물건의 경우, 유치권의 대항력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시점은 언제로 잡아야 할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흥미로운 내용의 판결문을 내놨다. 전원합의체로 진행된 이 재판에서 판사진들의 의견이 경매개시결정 등기일이 유치권 대항력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입장과 체납처분압류 등기일이 기준이라는 입장으로 엇갈린 것.
즉 유치권 설정일이 법적인 매각결정 이후라면 대항력이 없다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으나 쟁점은 이 유효한 매각결정 자체를 '경매개시 등기시점'으로 볼 것이냐, '체납처분압류 등기시점'으로 볼 것이냐로 의견이 나뉜 것이다. 독자들의 읽는 재미를 위해 어느 쪽이 다수이고 어느 쪽이 소수 반대의견이었는지는 좀 더 아래에 기재하기로 한다.
먼저 경매개시결정 등기일이 유치권 대항력 판단의 기준이라고 주장한 쪽의 논지는 '민사집행절차에서는 경매개시결정과 함께 압류를 명하므로 압류가 행해짐과 동시에 매각절차가 개시되는 반면, 체납처분절차에서는 그 압류와 동시에 매각절차인 공매가 개시되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체납처분압류는 조세채권 회수를 위한 1단계 절차일 뿐 경매개시결정과 동일한 매각절차 개시의 '표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체납처분압류 등기일이 유치권 대항력 판단의 기준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는 압류로써 개시되며 체납처분에 의한 부동산 압류의 효력은 민사집행절차에서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로 인한 부동산 압류의 효력과 같다'고 주장했다.
체납처분에 의한 부동산 압류 후 해당 부동산의 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이 매각되는 경우 마치 공매절차에서 부동산이 매각된 것과 같이 체납처분압류 등기가 말소되는 바 두 가지 등기가 효력 측면에서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2014.3.20. 선고 2009다60336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실지 궁금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어느 한 쪽의 말이 일방적으로 틀렸다고 말하기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사진 다수는 유치권 대항력의 판단기준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일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판례를 찬찬히 읽어보면 체납처분압류가 부동산 매각절차 개시를 의미하는 공매의 개시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가 가장 주요한 근거로 작용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밖에 소수 반대의견에 대해 2명의 대법관이 제시한 보충의견을 읽어보면 체납처분압류 등기일로 유치권의 대항력을 판단할 때 파생되는 법적논거의 허술함을 엿볼 수 있다.
이번 판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으로 차후 다시 대법원에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