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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 대법원도 안 봐주는 ‘갈팡질팡’ 임차인
  • 행복한 중개업 / 2017.11.25

 

입찰을 마음먹은 경매물건이 있다면 임차인의 존재 유무는 낙찰이나 명도의 난이도를 떠나 일단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묵시적 갱신을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계약을 연장해온 임차인인 경우, 선순위일 공산이 커서 차후 낙찰자가 인수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입찰 전부터 매각물건명세서는 물론 여기에 연관된 서류를 모두 챙겨보는 등 심혈을 기울여 사실관계를 체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구나 임차인이 경매물건에 대한 권리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갈팡질팡한다면 낙찰자는 불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서를 여러번 썼던 경우, 어느 날짜가 적힌 계약서를 제출하고 권리를 주장하는지에 따라 경매결과 자체가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바로 이와 같은 경우를 만난 한 낙찰자의 이야기다. 대법원이 과연 어떤 기준으로 판결을 내렸는지를 파악해보면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 사건 원심을 맡은 광주고법에 따르면 A씨는 2002년 10월 28일 S사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1층 소매점포를 임대차보증금 600만 원, 임대차기간 1년으로 정해 임차한 다음 2002년 11월 14일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같은 날 위 임대차에 관한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그 후 A씨는 임대차기간 만료 후에도 위 임대차계약을 계속 갱신해 오다가 2009년 8월 1일 당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D씨과 사이에 임대차보증금 800만 원, 임대차기간 1년으로 정해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임대차보증금을 900만 원으로 인상하면서 2009년 12월 4일 그 임대차에 관한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B씨는 2002년 7월 2일 S사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1층 소매점포를 임대차보증금 1,000만 원, 임대차기간 1년으로 정해 임차한 다음 2002년 12월 26일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같은 날 위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이하 A씨의 2002년 10월 28일자 임대차계약서와 B씨의 2002년 7월 2일자 임대차계약서를 각 최초 임대차계약서’라고 통칭한다).

 

그 후 B씨는 임대차기간 만료 후에도 위 임대차계약을 계속 갱신해 오다가 2009년 8월 1일 D씨와 임대차보증금2,000만 원, 임대차기간 1년으로 정해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9년 8월 18일 그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이하 원고들의 2009년 8월 1일자 각 임대차계약서를 각 최후 임대차계약서’라고 통칭한다).

 

한편 피고인 C씨는 이 사건 건물을 포함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해 2007년 6월 12일 자기 앞으로 채무자를 F씨, 채권최고액 30억 원으로 하는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뒤 C씨의 신청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부동산임의경매절차가 개시돼 그 배당요구의 종기가 2011년 2월 28일로 정해졌다.

 

A씨는 배당요구 종기 전인 2011년 2월 17일 집행법원에 임대차보증금 900만 원, 임대차계약일 2009년 8월 1일, 확정일자 2009년 12월 4일로 기재한 배당요구신청서를, B씨 역시 배당요구의 종기 전인 2011년 2월 18일 집행법원에 임대차보증금 2,000만 원, 임대차계약일 2009년 8월 1일, 확정일자 2009년 8월 18일로 기재한 배당요구신청서를 각 제출하면서 최후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했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배당요구 종기일 후인 2012년 7월 경 집행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A씨는 2000년 8월28일경 처음 개업할 무렵에 임대차보증금 600만 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2002년 11월 14일 확정일자를 받았고, B씨는 2002년 7월경 임대차보증금 1,000만 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2002년 12월 26일 확정일자를 받았다는 내용의 의견서였다.

 

이후 이 사건을 담당한 집행법원은 2012년 8월 31일 배당기일에서 조세채권자인 제주특별자치도를 제1순위로,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인 G씨를 제2순위로, 근저당권자인 C씨를 제3순위로 하는 배당표를 작성했고, 원고들은 배당에서 제외됐다.

 

 

이상의 사실관계를 기초로 원심은 "최후 임대차계약서는 단지 그 임대차기간이 다를 뿐, 임대차계약의 핵심이 되는 사항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며 "원고들이 비록 배당요구 시 최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했으나 이후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최초 임대차계약에 의한 우선변제를 주장하는 것은 이미 배당요구한 채권에 대한 주장을 보완하는 것에 불과한 만큼 이것이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쉽게 말해 A, B씨의 임대차보증금이 근저당권자인 C씨보다 배당에 우선하는 선순위채권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배당요구신청서에 임대차계약일·임대차보증금 및 확정일자를 모두 최후 임대차계약서에 기해 기재했고 그에 대한 증빙으로 최후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최후 임대차계약서는 최초 임대차계약서와 비교해 계약의 당사자인 임대인이나 임대차보증금 액수가 다르기 때문에 원고들의 배당요구가 최초 임대차계약에 의한 임대차보증금에 관하여 우선변제를 주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채권에 관한 주장을 단순히 보완한 것이라 볼 수도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은 "만약 이 사건 원고들의 주장을 인용할 경우 배당요구의 종기 후 배당순위의 변동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매수인이 인수할 부담에 변동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의 내용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분명하다. 배당요구 종기일 내 적법하게 제출된 서류와 이 내용이 기록된 매각물건명세서가 경매 입찰에 있어 가장 확실한 기준이 된다는 것과 낙찰자에게 본인 책임이 아닌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해 법원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적서류를 잘못 챙겨봤다가 손해를 보는 사례는 나올 수 있지만 낙찰자 본인이 모든 공적서류를 체크하고 매각물건명세서를 명확히 이해하는 등 완벽한 준비를 마친 뒤 경매에 임한다면 적어도 타인의 사정에 의해 손해를 보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임차인 입장에서 있는 독자들도 명심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 원고들처럼 오랜 기간 임대차계약을 갱신해오고 있다면 계약서를 새로 쓰기보다는 기존 계약서에 갱신된 계약내용을 쓰라고 권하는 것도 바로 이 사건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임대차계약서를 증빙서류로 제출하고 적법한 기간 내에 배당요구를 하는 것이 배당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절차라는 사실도 잊어선 안된다. 이는 예상배당표를 작성해보고 본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