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찰할 토지 위 미등기 건물, 철거할 수 있을까?
- 행복한 중개업 / 2017.11.06
너무나도 맘에 드는 토지를 발견했다. 입찰을 위해 임장에 나서보니 미처 다 지어지지도 않은 미등기 건축물이 흉물스럽게 서 있다.
토지를 낙찰받아 집이라도 지으려고 했다면 이미 존재하는 미등기 건축물은 철거 대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낙찰받은 후 원하는대로 철거를 할 수 있는지 여부.
토지와 함께 미등기 건축물을 낙찰받을 수 있다면, 소유권 이전 후에는 낙찰자 마음대로 철거가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미등기 건축물의 경우 왕왕 건축주가 바뀌어 실체적인 소유권이 어디 있는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 처한 한 낙찰자가 건물철거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실제 판결문을 받아냈음에도 법원 집행관이 미등기 건축물에 대해 철거불능 조서를 작성하고 철거를 실시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것이다.
어려운 내용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차근차근 읽어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판례이니 정독해보시면 좋을 듯 해 이렇게 지면을 빌어 소개해드린다.
A사는 그 소유로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던 동해시 소재 대지 1,659㎡(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의 일부 지상에 있던 기존 건물에서 호텔 영업을 해 오다가, 2009. 12. 25. B건설 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의 다른 일부 지상에 예식장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신축하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10. 2. 9. 동해시장으로부터 증축허가를 받았으며, B건설 주식회사는 그 무렵 이 사건 건물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A사의 자금 악화로 2011. 6. 22. 이 사건 토지와 위 기존 건물에 대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1타경4727호, 2011타경6235호(중복)로 부동산경매절차가 개시됐고, B건설 주식회사는 그 무렵 공정률 약 65%인 상태에서 이 사건 건물의 공사를 중단했으며, 한편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상 건축주 명의가 2012. 6. 5. C 주식회사(이하 ‘C’라고 한다)로 변경됐다.
한편 D는 위 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인으로서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2012. 7. 13. 이 사건 토지와 위 기존 건물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D는 2012. 8. 22.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2가단7775호로 A사, C 등을 피고로 해 이 사건 건물의 철거 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2013. 6. 19.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경매개시결정 당시 이 사건 건물은 공정률 약 65%의 건축 중인 건물로서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완성돼 있어 독립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원래의 건축주인 A사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했고, 변경된 건축주 명의인인 C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가 아니다’는 등의 이유로 ‘특별항고인의 A사에 대한 이 사건 건물 철거청구 등은 인용하고, C에 대한 이 사건 건물 철거청구 등은 기각’하는 가집행선고부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이 선고됐다.
D는 이 사건 건물의 철거를 위해 2013. 6. 28. 이 사건 판결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2013. 7. 2.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3타기310호로 A사를 피신청인으로 대체집행을 신청해 2013. 7. 19. 수권결정을 받은 다음, 위 수권결정에 기초한 철거의 실시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소속 집행관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소속 집행관은 2013. 9. 6. ‘건축주 명의인이 C로서 수권결정상의 채무자인 A사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동산철거불능조서를 작성하고 이 사건 건물의 철거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에 D는 2013. 10. 18. 이 사건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했는데, 원심은 2013. 11. 13. ‘외관상 명의가 실체상의 권리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실체상의 사유는 집행에 관한 이의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사진은 “집행관은 이 사건 건물이 채무자인 A에게 속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변경된 현재 건축주 명의가 A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철거를 실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D의 이의신청은 ‘집행관이 지켜야 할 집행절차를 위반해 집행위임받기를 거부했거나 집행행위를 지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은 집행관이 집행절차를 위반했는지를 심리했어야 함에도 이에 관한 심리 없이 이의신청을 기각한 것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 대법원 2014.6.3. 자 2013그336 결정>
이번 판례는 비록 집행위임거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것이지만 이 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이 미등기 건물이 존재하는 토지 낙찰 전, 철거 여부를 가늠케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즉 이번 판례는 미등기 건축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한 판단기준이면서 건물 소유권의 향방을 판단함에 있어 단순하게 건축주 명의만 놓고 봐서는 안 된다는 지침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