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땅이야기(1)
<1> 모든 땅은 알맞은 용도가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땅은 주택과는 달리 실수요자건 투자자이건 개인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부담되는 상품이다. 도시계획,지목,토지용도,인.허가 가능성 등 따져봐야 할 대목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좋은 땅을 볼 줄 아는 안목도 요구된다. 그런만큼 좋은 땅을 골라 매입하기란 어떤 투자보다 어려운 일이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김광식씨는 10년전 경기도 평택시 안중면에 있는 임야 5천9백평을 구입했다.올해 말로 정년 퇴직이 다가오자 김씨는 이 땅을 전원주택단지 또는 실버타운으로 개발키로 작정했다.마침 부지 주변에 전원주택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최종 결심을 하기 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토지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의뢰했다.그러나 컨설팅 결과 이 땅은 공장부지로 개발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이 땅은 지목상 임야지만 실제 나무는 없고 휴경지와 같은 상태다.소로(小路)에 접하고 있을 뿐더러 남향이어서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할 수 있는 땅이다. 그러나 부지 주변 5백m 거리 이내에 3천평 이상의 공장이 3개나 있다. 그것도 공해를 내뿜는 공장이어서 빨래를 밖에 내걸 수 없을 정도다.
악취 또한 심하다. 소로도 폭 2∼3m에 불과한 데다 국도에서 1백m 가량 떨어져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인근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이들도 고향이라서 내려왔지만 지금은 부지를 잘못 선정했다며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지를 공장부지로 개발하면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시세는 평당 15만원선이고 폭 6m 이상의 도로를 개설할 경우 평당 30만원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부지까지 폭 6m짜리 도로를 개설하면 수익성이 훨씬 높아진다. 즉 도로확보에 드는 총비용은 도로부지 매입비3천6백30만원(1백21평x30만원)에다 토목공사비 등 기타비용 1천5백만원을 합한 5천1백30만원이다. 그러나 도로부지가 확보된다면 땅값은 8억8천만원에서 17억7천만원으로 올라간다. 땅마다 용도는 다르다.
공장이 많은 지역에서는 공장을 짓거나 공장부지로 처분해야 제값을 받고 전원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전원주택 단지가 분양성이 뛰어나다. 성장관리권역에 아파트와 공장이 많고 자연보전권역에 전원주택이나 실버타운이 많은 것이 이런 이유다. 보유만 하고 있어도 좋은 땅을 잘못 개발하면 거꾸로 손해만 보게된다.
<2> 이용 못한다면 인연맺지 말라
서울 송파구에 사는 정민수씨(48ㆍ교사)는 퇴직 후 자연휴양림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그는 마땅한 땅을 찾기 위해 2년동안 주말마다 다리품을 팔았다. 수도권과 접한 충청ㆍ강원도 지역은 안가 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최근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수구대부락 초입의 보전임지 9만평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은 평당 5천원. 평당 4천원 정도의 땅을 매입하길 원했던 정씨는 최종 결정 전 이땅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 땅은 골짜기가 깊고 경관이 수려한 편이다. 근처에 한솔 오크밸리가 자리잡고 있고 6번 국도와 중앙도속도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횡성이라는 곳에 가장 적합한 개발상품도 자연휴양림이나 휴양도시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땅은 이용할 수 없는 땅이어서 평당 1천원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우선 경사도가 높아 전체 9만평 중 활용할 수 있는 땅은 적었다. 7부 능선까지는 60도 이상의 급경사지여서 쓸모가 없다. 또 7부 능선 이상은 완만해 주택건립이 가능하지만 도로개설 비용으로 수천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뿐만 아니라 이땅의 경사도가 너무 심해 보전임지 훼손허가도 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산림법 개정으로 보전임지의 활용은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변의 보전임지 가격은 입지에 따라 평당 3천∼1만원선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 땅은 1천원 정도로 평가됐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산림법' 등이 바뀌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억제되고 있다. 개발할 수 없는 땅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토지시장에서는 개발가능한 땅과 그렇지 못한 땅의 가격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린하우스 21의 진명기 대표는 '현재 토지가격을 보면 외환위기 이전 가격을 회복한 곳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더 많다'며 '이용할 수 없는 땅과 잘못 결혼했다가는 평생을 두고 후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 그린벨트 마을 활짝 핀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사는 박혜선씨(55·보험설계사) 가족은 그린벨트 내 취락마을에 있는 농가주택을 팔기로 매매계약을 맺었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
박씨의 부모님은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 그린벨트 지역에 농가주택(대지 2백평)과 논 2백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박씨의 오빠가 동네사람 말만 듣고 이 땅을 2억원에 처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중도금을 치르지 않아 위약금만 물면 해약은 가능한 상태.
박씨는 신문에서 취락마을의 경우 점진적으로 그린벨트에서 해제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 전문가에게 해약할지 여부를 물었다.
컨설팅 결과 박씨 가족은 그린벨트 내 취락마을의 미래가치와 주변 시세에 깜깜해 막대한 손해를 볼 뻔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선 미래가치를 보자.
이 땅의 경우 위쪽으로 송전선이 지나는 관계로 주택지로서는 큰 가치가 없지만 가든부지로는 개발이 가능하다. 원주민 주택에 해당되는 데다 건축물 관리대장에 등재돼 있어 용도 변경에 아무 문제가 없다. 북한산을 병풍처럼 바라볼 수 있고 현재 공사 진행 중인 구파발∼송추간 4차선 도로에서 3백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가든부지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그린벨트 해제도 예정돼 있다. 주변 시세도 박씨가 판 가격보다 높은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인접지역 시세는 농지의 경우 평당 1백만∼1백20만원,대지는 평당 2백만원선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부모님 땅의 경우 약점(송전선)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농지는 평당 70만원,대지는 평당 1백50만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4억4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땅이란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위약금을 물더라도 2억2천만원이 이익이다.
그린벨트 내 취락마을이 점진적으로 그린벨트에서 풀리면서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는 땅 가운데 입지여건이 좋은 곳은 도심근접형 전원주택이나 가든 등의 근린생활시설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린벨트 내 땅이라고 무조건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취락지역 밖의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는 불확실성이 아주 높다.
<4> 길이 없으면 가지 마라
S대 Y교수(45)는 작업실을 겸한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농지 1천평을 평당 20만원에 매입했다.
뒤쪽에는 산,앞에는 저수지가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집터였기에 기분 좋게 사들였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전문가로부터 이 땅은 진입로가 없는 땅,즉 맹지여서 전원주택을 지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알고 보니 Y교수는 동네 이장이 집을 짓게 해준다는 말만 믿고 이 땅을 매입했다.
그러나 계약서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소개를 해준 이장은 중개인이 아니어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또 무허가 중개행위이지만 수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Y교수는 이장에게 사기를 당해 농사밖에 지을 수 없는 땅을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사들인 것이다. 낙향해 살 땅을 찾고 있던 L씨(58)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단지형 전원주택지 5백80평을 평당 7만원에 분양받았다.
전원주택 부지로 이어지는 농로가 있어 진입도로는 확보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도로는 지적도상 도로로 구분돼 있지 않은 사유지여서 전원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었다.
전원주택 분양업체가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진입로 개설 예정부지의 소유주와 접촉해 봤지만 가격을 너무 높게 불러 진입로 개설이 불가능했다.
L씨는 분양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땅값은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다.
전원주택용 땅뿐만 아니라 어떤 땅이든 마찬가지다.
진입로가 없으면 쓸모가 없다.
그래서 시골 땅을 살 때는 가장 먼저 진입로 확보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도시에서는 일단 길이 나 있으면 사도(私道)라도 막지 못한다.
그러나 시골에선 아니다.
지적도상 도로로 구분돼 있어야 한다.
게다가 시·군에 따라선 지적도상 도로라고 하더라도 사유지이면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다만 진입로 개설 예정지를 매입하거나 토지주에게 사용승낙서를 얻어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다면 맹지를 매입해도 상관없다.
진입로 개설 예정지를 매입할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초기에 신속하게 매입해야 한다.
<5> 강ㆍ계곡 주변 침수여부 점검을
서울 동대문상가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갑수씨(45)는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2년 전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에 있는 관리지역 농지 1천평을 1억원(평당 10만원)에 매입했다.
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농지였다.
이씨는 계곡 옆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면 남부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땅을 매입하자마자 서둘러 터를 닦은 뒤 토지 전용허가를 얻어 건평 50평짜리 전원주택을 지었다.
집 짓는데 모두 1억8천만원이 들었다. 입주 직후 이씨는 전원주택 전도사가 될 정도로 전원생활의 묘미에 푹 빠졌다. 그러나 그 해 여름을 지나면서 기쁨은 낙담으로 바뀌었다.
큰 비만 오면 계곡물이 범람해 집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집중호우나 태풍이라도 오는 날엔 대형 수해를 당할까봐 밤새 불안에 떨었다.
첫 여름을 보낸 후 이씨는 전원생활을 접었다.
지금은 구리시에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이 집을 주말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 5천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이 전원주택을 팔려고 한다.
그러나 매물로 내놓은 지 몇 개월이 지났는 데도 사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개 강이나 계곡 주변 땅은 인기가 높다.
조망권이 좋아 전원주택 전원카페 펜션 가든 등을 짓기에 적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곳의 땅을 살 때는 사전에 반드시 짚어봐야 할 게 있다.
여름철 침수여부가 바로 그것이다.
장마나 태풍이 올 때 수해를 입은 전력이 있는 땅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추석 연휴 기간에 몰아닥친 태풍 '매미'의 사례에서 보듯 수해 한 번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 이런 땅을 매입할 경우엔 3m 이상 땅을 매립해 침수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계곡이 깊거나 하천 폭이 좁을수록 침수 확률이 크다.
또 강이나 계곡 주변 땅은 지반이 약한 만큼 매립한 다음 3년 정도 지난 후 건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반 침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6> 진흥구역은 투자가치 낮아
서울 종로구에 사는 전업주부 이금자씨(60)는 경기도 고양시 대장동에 밭 2천평을 갖고 있다.
그린벨트 내에 있는 진흥구역(옛 절대농지) 땅이다.
이씨는 노후대책을 위해 5년 전 이 땅을 평당 7만원에 샀다.
그런데 최근 고양시 행정타운이 근처로 이전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땅값이 평당 45만원까지 급등했다.
땅을 팔라는 권유도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
이씨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씨는 이번 매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이 땅이 진흥구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진흥구역이란 정부에서 농사만 짓도록 지정한 땅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투자가치가 떨어진다.
만약 행정타운 이전이 실현되지 않으면 땅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땅을 팔고 난 뒤 행정타운이 실제로 대장동 인근으로 이전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땅이 수용돼 버리면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가로 보상하는 게 아니라 공시지가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보상이 이뤄지는 까닭이다.
따라서 행정타운 이전을 기대한다면 차라리 이 땅을 팔고 행정타운 후보지 주변의 취락지구 내 땅을 사두는 것이 안전하다.
이런 땅은 행정타운 재료가 없어도 개발이 가능해 시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마침 취락지구 땅은 매물이 더러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진흥구역 땅은 투자 목적으로 부적합하다.
개발이 불가능해 장기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땅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흥구역 땅은 평당 7만원을 넘어가면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다만 예외적으로 진흥구역 땅값이 크게 오르는 경우도 있다.
개발재료가 있을 때다.
예를 들어 김포신도시 예정지에 인접한 진흥구역 농지는 신도시 발표 후 1백% 이상 급등했다.
향후 개발압력이 신도시 주변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진흥구역에서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7> '땅은 法' … 모르면 낭패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력있는 부동산 개발회사로 통하는 S사가 최근 땅을 잘못 매입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회사는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대지 9백30평짜리 땅을 평당 2천2백만원에 구입했다.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섞여 있는 땅으로 상업지역의 비율이 조금 높았다.
매입 당시 S사는 용적률(연건축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 8백% 정도는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섞여 있을 경우 더 넓은 용도지역,즉 상업지역의 용적률을 적용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법이 바뀐 것을 몰랐던 게 화근이 됐다.
최근 개정된 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섞여 있을 경우 토지 면적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렇게 되면 용적률 3백% 밖에 적용받을 수 없어 이익은커녕 손실을 보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S사는 건교부 등 관련 기관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면서 적어도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가중 평균인 6백50% 정도의 용적률은 줘야 한다고 호소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S사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많은 개발업체들이 심심찮게 법을 제대로 몰라 이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개발업체들이 이러한데 개미투자자들은 오죽 하겠는가. 땅은 법이다.
법을 모르고선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에선 모두 1백12개의 법률이 땅 개발을 규제하고 있다.
이들 법에서 개발행위 제한을 위해 지정한 지역·지구가 3백15개나 된다.
이 가운데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발부받아 확인할 수 있는 지역·지구는 33개뿐이다.
지적 고시절차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어떤 땅에 어떤 지역·지구가 지정돼 있는지 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정부도 지역·지구 부여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땅을 매입하기 전에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떼봐야 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해당 관청에 개발가능 여부를 물어봐야 한다.
<8> 땅투자의 빈부 차이
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J씨는 3년전부터 전원주택 부지를 물색하고 다녔다.
그는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아까워 혼자 힘으로 땅을 찾아다녔다.
그동안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지만 워낙 투자금액(3천만원)이 작아 원하는 땅을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경기도 양평에서 그나마 가격대에 맞는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J씨가 매입한 땅은 푹 꺼져 있는 모양이어서 집터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스스로 집터를 구했지만 그동안 발품을 팔면서 허비한 돈이 수백만원에 달했다.
J씨는 가난한 투자자의 전형이다.
가난한 투자자는 전문가를 활용하지 못한다.
혼자서 해결하려다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좋은 결과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부자들의 땅 투자패턴은 이와는 정반대다.
전문가를 잘 활용한다.
매매를 할 때는 해당 지역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한다.
혼자서 전국의 모든 땅시장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또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기꺼이 지불한다.
어떤 때는 법정수수료보다 더 많이 수수료를 지불할 때도 있다.
그래야 차후에도 투자가치가 높은 매물을 우선적으로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또 전문가들로부터 컨설팅 받기를 좋아한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보유자산의 투자가치를 점검한다.
급변하는 투자환경을 무시한 채 아무 생각없이 있다간 컨설팅 비용의 수십·수백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을 부자들은 알고 있다.
부자들은 평소 땅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실제로 강북지역보다는 강남지역에서 땅에 대한 책이 훨씬 많이 팔린다.
부자들은 또 투자를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즉각 전문가와 상의해 손절매에 나선다.
가난한 투자자들이 손절매 시기를 미루다 큰 손실을 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9> 땅의 기운을 느껴라
인기 탤런트 A씨는 전체 자산의 60% 가량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A씨는 주거용 토지의 계약서를 쓰기 전에 반드시 짚어보는게 있다고 한다.
땅의 기운을 느껴보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땅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자 '어머니가 그렇게 하라'고 했단다.
어머니의 경우 마음에 내키지 않는 땅을 샀다가 이익을 본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런 측면만 놓고 보면 A씨와 어머니는 상당한 부동산 고수인 셈이다.
땅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주거용 토지를 매입할 때 A씨와 같은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땅 전문가들은 대부분 매매를 하기 전 그자리에 한참을 앉아 있는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 땅을 사들이고 마음이 왠지 불안하면 사지 않는다.
주거용 토지의 투자에는 느낌이 중요하다.
요즘 세상에 그런게 어디 있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느낌이 좋은 땅을 사야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다.
느낌이 좋은 땅이란 쉽게 말해 그 자리에 섰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땅이다.
마음이 불안해지거나 음습하거나 산만한 느낌이 들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땅이 습하거나 햇볕이 잘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주변 풍경이 산만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땅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대개 비슷하다.
그래서 느낌이 좋은 땅은 나중에 팔기가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땅은 두고두고 고생한다.
특히 바로 옆에 붙어있는 땅이라도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금만 위치가 달라도 향이 다르고 조망권이 다르고 지기(地氣)가 다르다.
그래서 바로 접하고 있는 땅이라도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마음이 편안해지는 땅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면 안된다.
진입로 등을 확보하고 있어 법률적으로 개발이 가능해야 할 뿐 아니라 주변에 축사 고압선 등의 혐오시설이 없어야 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터에 법적인 조건과 자연적인 조건이 충족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셈이다.
<10> 시골땅의 유통 경로
시골 땅의 유통구조는 아파트 유통구조와 많이 다르다.
이 유통구조를 잘 알아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일단 매물정보는 동네 이장(里長)이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시골엔 중개업소가 드물어 동네사람들은 이장에게 매물을 의뢰하게 된다.
그래서 시골 땅을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중개업소들은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이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평소 공을 들이면서 매물이 나오면 우선적으로 연락을 취하도록 해둔다.
또 시골 땅의 경우 중개업소가 주인의 희망 매도가에 얼마를 덧붙여 팔아먹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예를 들어 평당 10만원에 의뢰받은 토지를 평당 11만원에 판 뒤 1만원은 자기가 챙기는 식이다.
여러 중개업소를 거치면서 가격이 뻥튀기 되는 사례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1차적으로 매물을 확보한 중개업소가 일정금액을 붙여 2차 중개업소에 넘기고 2차 중개업소는 여기에 더 붙여 3차 중개업소에 넘기는 식으로 유통되면서 가격이 부풀려지는 경우다.
기획부동산의 유통경로도 이와 비슷하다.
기획부동산이란 시골의 규모가 큰 땅을 매입한 뒤 잘게 쪼개 개미투자자들에게 파는 중개업자들이다.
이들이 취급하는 물건들의 경우도 사장→이사→부장→실수요자 등의 손을 거치면서 가격이 부풀려져 실수요자들이 바가지를 쓰게 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평당 2만원짜리 땅이 10만원짜리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유통경로 탓에 시골 땅을 싸게 사려면 믿을 수 있는 중개업소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보통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토박이 중개업소들이 가장 많은 매물을 확보하고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11> 한동네라도 땅값 천차만별
땅 전문가들은 초보 투자자들로부터 황당한(?) 질문을 받을 때가 더러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이 동네 땅값이 평당 얼마냐'는 것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것은 아파트 가격구조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이 동네는 평당 얼마,저 동네는 평당 얼마 등으로 가격이 일정하게 형성돼 있다.
이런 까닭에 옆집과 내집의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초보 투자자들은 땅값도 아파트값처럼 주변 지역과 비슷하게 형성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땅값은 한 동네라고 해도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도로를 끼고 있는 땅과 진입로가 없는 맹지(盲地)의 가격은 큰 차이가 난다.
또 땅모양이 직사각형으로 잘생겨 활용도가 높은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의 가격도 같을 수는 없다.
보전임지 절대농지 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크게 제한되는 땅의 가격이 그렇지 않은 땅값에 비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바로 옆에 붙어 있어도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조금만 방향이 틀려도 조망이 다르고 일조량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인접하고 있어도 어떤 땅 밑에는 수맥이 흐르고 옆의 땅은 그렇지 않다.
똑같은 조건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땅값은 덩치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덩치가 크면 클수록 평당 매매가격은 떨어진다.
예를 들어 2백평짜리 땅이 평당 2만원이라면 2만평짜리 땅은 평당 1만원이 된다.
환금성이 이 같은 차이를 결정짓는 이유다.
그래서 전문 투자자들은 땅을 싸게 사기 위해 '공동 투자'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큰 땅을 공동으로 산 뒤 이를 분할해 나눠가지는 방식이다.
이때 모든 땅들이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쪼개야 한다.
가격구조가 이처럼 복잡한 만큼 땅 투자를 할 때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실제 전문 투자자들은 땅 하나를 사기 위해 주변을 수십 번 답사한다.
<12> 明堂도 세월따라 바뀐다
경기도 광주시 그린벨트 지역 임야에 꽤 알려진 명당터가 있다.
어떤 풍수지리가는 이땅을 도선비기에 나오는 명당이라고까지 극찬했다.
그래서 한때 이땅의 가격은 부르는게 값일 정도였다.
2만평이나 되는 임야에 10평도 채 안되는 명당터가 포함됐다고 해서 수십억원을 호가했다.
주변지역 임야의 시세는 평당 2만원선.
2만평 규모의 땅은 환금성이 떨어져 4억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특별한 대접을 받은 셈이다.
조상의 묘자리를 잘 잡아야 집안이 번성한다거나 집안에 큰 인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많아 이같은 호가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백80도 달라졌다고 한다.
묘자리 말고는 별 쓸모가 없는 까닭에 이 땅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수십억원은 커녕 수억원에도 팔기 어렵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이야기다.
화장이 일반화되고 조상을 납골당에 모시는 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변화일 수도 있다.
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명당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
죽어서 좋은 자리에 눕는 것보다 살아 생전에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까지와 같은 명당 선호 현상이 위축되고 있다.
요즘 시대의 명당은 자연환경이나 주거환경 여건이 우수한 집터라고 볼 수 있다.
한강 골프장 산 등의 조망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단지 내 다른 동·호수보다 몇억원 비싼 아파트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강남 분당 목동 등 주거환경 여건이 우수한 지역들과 그렇지 않은 지역들의 집값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재벌가의 묘자리를 봐주기도 했다는 한 풍수지리가는 '과거엔 일부 명당터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은밀하게 거래됐지면 백이면 백 모두가 좋다는 묘자리는 없고 풍수가나 지관에 따라 판단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람들의 생각이 현재 중심으로 바뀐다는 점을 감안할 때 21세기는 음택(묘자리) 시대가 아니라 양택(집터) 시대'라고 말했다
<13> 땅위에 무엇이 있나 보라
제2금융권에 다니던 K씨(36)는 땅 투자를 통해 자기 돈 한 푼 없이 11억4천만원을 번 경험이 있다.
고향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싶었던 그는 3년 전 법원 경매시장을 찾았다.
싼 값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데는 경매시장이 최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씨는 경매정보지를 보던 중 특이한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감정가가 3억5천만원인데도 지속적으로 유찰돼 7천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7천6백평짜리 임야(옛 준농림지)였다.
권리관계가 비교적 깨끗해 가격이 이처럼 떨어질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도 이상하게 유찰에 유찰을 거듭한 물건이었다.
현장 조사를 해본 결과 유찰 이유가 산에 널린 돌 때문임을 알게 됐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임야에 자연석이 많으면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발허가도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K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군청에 자연석의 반출 가능여부를 문의했다.
그런데 군청 담당자는 선뜻 반출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놨다.
알고 봤더니 이 지자체는 농촌 인구 유치를 위해 웬만하면 전원주택 인·허가를 내주고 있었다.
대답을 들은 K씨는 이 땅을 7천4백50만원에 낙찰받았다.
그런데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우선 자연석을 팔아 5천만원을 조달했다.
모두 트럭 1백대분의 자연석이 나왔는데 이를 대당 50만원에 팔았다.
또 은행 경매대출을 통해 3천만원을 마련했다.
자연석이 사라지자 K씨가 낙찰받은 땅은 평당 15만원(총 11억4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전원주택 부지로 변했다.
그는 자신의 전원주택 부지를 제외한 5천평을 이 가격에 매도해 이익을 상당부분 실현했다.
땅을 살 때는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초보 투자자들은 지목 등 법률적 조건과 조망권 등 자연조건만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땅 위의 나무나 돌도 놓치면 안된다.
땅 위에 조선소나무나 자연석이 많으면 개발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땅을 잘못 샀다가는 평생 마음 고생을 하게 된다.
다만 지자체에 따라서 예외는 있을 수 있다.
K씨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특수한 사정에 따라 개발 허가가 나는 사례도 있다.
<14> 땅 속까지 관심을
자영업자인 K씨(41)는 3년 전 경기도 이천 소재 공장부지 1천평을 평당 10만원에 매입했다.
그는 주변 시세(평당 13만원)보다 싼 가격에 부지를 샀다는 중개업소의 말을 듣고 매우 흡족해했다.
그러나 문제는 터파기를 하던 중 발생했다.
땅 속에서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나왔던 것.
K씨는 바윗돌을 캐내는 데 평당 17만원의 공사비를 더 들였다.
전원생활을 동경하던 L씨(53)는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주택지 2백평을 1억원(평당 50만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지하수 개발을 하다 낭패를 봤다.
강 주변이어서 지하에 물이 많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정작 땅을 파들어가자 물을 찾을 수 없어 다른 곳의 지하수를 끌어오느라 8천만원의 거금을 추가로 들였다.
강 주변에 거꾸로 물이 적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몰랐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수석 전문가인 A씨는 10년 전 충북 제천에서 논 4백평을 1천2백만원(평당 3만원)에 사들였다.
중개업소에서는 평당 1만5천원이면 살 수 있는 땅을 두 배나 주고 매입했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A씨가 그 땅을 산 이유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땅 속의 수석을 캐기 위해서였다.
그 땅 밑에는 비싼 수석들이 많이 묻혀 있었다.
당시 캐낸 수석의 매도 가격은 4천만원에 달했다.
A씨는 수석으로 재미를 봤을 뿐만 아니라 땅도 덤으로 챙겼다.
건축업자인 P씨는 지난 96년 경기도 안성에서 논 3천평을 평당 5만원에 매입했다.
P씨 역시 농사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 땅 밑에는 건축용으로 쓸 수 있는 모래가 많이 묻혀 있었다.
실제 그 땅에서는 평당 6만원어치 정도의 모래가 나왔다.
땅을 볼 때는 땅 속도 봐야 한다.
물론 보이지 않는 땅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기 어렵지만 땅 속을 알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자신이 없으면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물이 많은 땅인지,돌이 많은 땅인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다.
<15> 사기전에 반드시 측량
사업가인 K씨(50)의 부친은 지난 97년 묘지로 강원도 횡성군 소재 임야 1천5백평을 매입했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꼭 그자리에 묻어줄 것을 자식들에게 부탁했다.
K씨는 유언대로 그 땅에 묻혔다.
그러나 장사를 치른지 3년 후 문제가 생겼다.
옆 땅의 주인인 S씨가 찾아와 묘지로 쓴 땅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했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땅을 직접 측량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K씨와 S씨의 땅이 맞바뀌어 있었다.
K씨는 이제 와서 이장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S씨의 땅(묘지 부지)을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점을 잡은 S씨는 실제 거래가의 10배 이상을 요구했고 K씨는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K씨처럼 땅을 살 때 측량을 해보지 않아 큰 손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시골에선 이웃 땅을 침범하거나 땅이 뒤바뀐 경우가 많은데 측량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매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우선 우리나라의 지적공부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지적공부는 일제강점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택지개발 등에 의해 조성된 신도시의 경우 지적경계를 새롭게 좌표화해 오차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대부분 지역은 지적정리를 한지 수십년이 돼 지적경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또 땅이 대물림되면서 경계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조상들이 경계와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서로 편의를 봐주면서 살다보니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다.
상황이 이럼에도 땅을 매입할 때 측량을 해보는 이들은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땅을 살 때 권리관계 확인보다 먼저 해야 할것이 측량이다.
<16> 땅은 겨울에 보라
주말농장 부지를 찾던 직장인 K씨(45)는 1999년 여름 강원도 홍천 소재 임야 2만평을 평당 2만원에 매입했다.
무엇보다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경관이 마음에 들어 선뜻 매입을 결정했다.
경사도도 15도 미만으로 보여 개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그해 겨울에 그 땅을 방문해 본 K씨는 아연실색했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난 뒤 살펴보니 산의 경사도가 평균 60도를 넘었다.
이 정도면 개발은 엄두도 낼 수 없다.
부랴부랴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은 결과 개발 가능한 땅은 전체의 15%인 3천평에 불과했다.
때문에 땅값은 평당 5천원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확한 경사도를 파악못해 평당 1만5천원의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K씨가 이같은 실수를 범한 것은 땅을 여름에 봤기 때문이다.
땅 전문가들은 봄·여름·가을에 땅을 보는 것은 화장한 여자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봄에는 꽃이,여름에는 무성한 나무잎이,가을에는 단풍이 있어 땅 모양과 경사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또 경관에 홀려 땅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게 된다.
이에 반해 겨울에 땅을 보는 것은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여자의 화장안한 얼굴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어 그 땅의 모양과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땅 전문가들은 땅을 보려면 겨울에 보라고 주문하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을 고를 때는 가능하면 겨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쉽게 얼지않는 땅,눈이 빨리 녹는 땅은 사람이 살기 좋은 명당임에 틀림없다.
이런 땅은 햇볕이 잘 들 뿐만 아니라 찬바람을 막아주는 구릉이나 산이 있어 살기에 적합하다.
다만 겨울에 땅을 고르더라도 눈이 왔을 때 땅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눈도 일종의 화장이다.
눈이 덮혀 있으면 땅의 경사도나 지형을 파악하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겨울에 땅을 볼 때는 어지간히 좋은 땅이 아니면 좋아 보이지 않는 만큼 눈높이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7> 교통망은 투자의 나침반
경기 이천에 사는 K씨는 지난 98년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돈 2천만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이 친구의 회사는 외환위기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말았다.
친구는 미안한 마음에 돈 대신 자기 소유의 땅 2천평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K씨는 현장을 방문해본 뒤 땅을 받을 마음이 싹 사라졌다.
잡초가 무성한 버려진 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채권자 손에 넘어가게 된다는 말을 듣고 울며겨자먹기로 땅을 받았다.
그런데 몇년 뒤 이 땅 인근에 2차선 도로가 생기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아파트를 짓겠다는 개발업자들이 나타나더니 땅값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1년에 한 아파트 개발업자는 7억원을 줄테니 팔라고 제안했다.
K씨는 이 땅을 팔아 평생 만져보지 못한 목돈을 거머쥘 수 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도로가 생겨 큰 이익을 본 사례다.
교통망은 땅 투자의 나침반이다.
대부분 토지 전문가들은 투자 유망지역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새로 도로나 철도가 개통되는 지역을 꼽는다.
도로가 생기면 사람이 다니고 사람이 몰리면 땅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서울 등 대도시로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주 수요도 늘어난다.
이런 까닭에 교통망 신설은 땅값 상승의 결정적인 재료가 된다.
올들어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당진 서산 태안,경부고속철도 역사가 들어서는 천안 오송 대전 등지의 땅값이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땅값에 영향을 주는 교통망으로는 지방도로 국도 고속도로 순환도로 전철 경전철 고속철도 등을 꼽을 수 있다.
투자 포인트는 바로 역(驛)과 인터체인지(IC)가 들어서는 주변 땅이다.
인터체인지 등으로의 진출입이 쉬운 까닭에 공단 도시 상업시설 휴양시설 등 여러 형태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땅값이 급등한다.
용인시 신갈읍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갈은 경부고속도로 신갈IC가 개통되기 전만 해도 작은 리(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IC 개통 이후 급격한 개발이 이뤄지면서 읍으로 승격됐다.
땅값은 용인의 도심지역을 능가하고 세수(稅收)는 용인지역에서 가장 많다.
<18> 등기에 없는 권리도 확인하라
중소건설업체인 A사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경기도 P시에서 땅 1만평을 매입했다.
땅값이 주변의 절반 수준인 평당 10만원에 불과해 서둘러 계약을 체결했다.
매입 당시에는 돈이 급히 필요한 땅주인이 급매물로 내놓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자 마을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곳에는 마을사람들이 대대로 공동경작하는 도라지밭과 약수터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부랴부랴 변호사에게 자문해본 결과 마을 사람들의 보상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성황당 우물 도라지밭 약수터 등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거나 경작하는 땅에는 '특수지역권'이 존재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땅을 개발하려면 비록 자신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A사는 할 수 없이 주민들과 보상 협상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요구금액은 생각보다 컸.
결국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아파트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고급 퓨전 음식점 창업을 구상 중이던 K씨는 서울 강동구에서 6백여평짜리 땅을 평당 8백만원에 매입했다.
이전 소유주가 12층짜리 임대용 건물을 짓기 위해 지하 4층까지 터파기 공사를 해둔 땅이었다.
K씨는 건물의 컨셉트가 달라 새롭게 터파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터파기 공사에 나서자 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이전에 터파기를 한 시공업체가 전 주인으로부터 공사비용을 받지 못했다면서 유치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유치권은 미지급 공사비에 대해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여서 K씨는 공사비용(약 10억원)을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K씨는 50억원짜리 땅을 60억원에 매입한 꼴이 됐다.
땅을 살 때 등기상 나타나지 않는 권리를 확인하지 않으면 이처럼 낭패를 본다.
등기상에 나타나지 않는 권리로는 특수지역권과 유치권 등이 있다.
매입하려는 땅에 터파기 공사가 돼 있거나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이 있으면 반드시 등기상 나타나지 않는 권리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