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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가깝고도 먼 부동산경매와 임차인, 관건은 ‘순서’ | 행복한 중개업 / 2018.01.14 | |
부동산경매에서 임차인의 존재는 언제나 껄끄러운(?) 존재다. 선순위라면 보증금 인수의 위험이, 후순위라 해도 물건을 인도받기까지의 어려움이 각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경매진행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후순위임차인이 있는 물건은 명도의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나마 인도명령제도가 있어 1회 유찰 이후로는 입찰자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반면 선순위임차인이 존재하는 부동산은 적정 낙찰가액에서 인수해야 할 보증금액을 뺀 금액 미만으로 최저가가 떨어져야 비로소 입찰자가 나타난다.
이처럼 낙찰자 입장에서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것이 선순위 임차인이지만 그 존재가 유명무실해지는 케이스도 있다. 해당 부동산 소유주가 변경될 때 임대차계약을 다시 체결한 경우다.
이런 경우 임차인의 대항력을 과연 어느 시점부터 인정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임대차계약을 다시 맺었으니 새로운 계약시점부터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한다는 주장과 최초 임대차계약일이 대항력 발생의 기준일이라는 주장이 대립해온 것이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임차인이 1순위 근저당권에 이은 2순위 임차인으로 첫번째 임대차계약을 맺었다가 부동산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근저당이 말소됨에 따라 선순위임차인의 지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다른 내용의 약정에 합의,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다.
# 주식회사 A(이하 ‘A’라고 한다) 소유의 이 사건 상가 부동산에는 채권최고액 929,500,000원의 2010년 7월 2일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피고인 B는 2010년 7월 19일 이 사건 부동산을 보증금 1억4000만 원, 임대차기간을 2010년 7월 19일부터2011년 7월 18일까지로 정한 임대차계약(이하 ‘제1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을 A와 체결했다. 당일 B는 2010년7월 19일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은 다음 2010년 7월 22일, 제1임대차계약의 계약서상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이후 이 부동산은 2010년 9월 28일 C주식회사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됐고 같은 날 위의 새마을금고 근저당권도 말소됐다. 그리고 피고인 B는 같은 날 C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보증금 1억 4000만 원, 임대차기간 2010년 9월 28일부터 2011년 7월 18일까지로 한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제2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을 다시 체결했다.
이 사건 제2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B와 C는 특약사항으로 “임대인(C)은 임대차기간 만료로 임대차 종료 시 임차인(B)에게 권리금 6,000만 원을 인정·지급한다. 임대인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10억 원의 대출을 받고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약정을 했다.
이에 따라 C는 D은행(이하 ‘D’라고 한다)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2010년 9월 28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D은행 명의의 12억 원짜리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그리고 B는 그 다음날인 2010년 9월 29월 이 사건 제2임대차계약의 계약서상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그 후 D은행은 위 근저당권에 기해 2011년 6월 28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 절차가 개시됐다. 그런데 D은행은 위 경매절차 도중 원고 E에게 이 사건 근저당 채권을 양도했다. 이후 이 부동산은 매각절차를 거쳐 낙찰됐고 배당금은 순위에 따라 원고가 먼저 받게 됐다. 그러나 피고인 B는 자신에게 우선변제권이 있다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원심을 맡은 서울 고법은 피고인 B의 우선변제권이 제2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2010년 9월 29일이라고 판결했다.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내용이 임대인이 근저당권자의 1순위 설정을 위해 이전 계약에는 없던 임차인의 권리금 6000만원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전 제1임대차계약에서 기인하는 B의 우선변제권이 소멸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으로 이어진 상고심에서도 이 판결은 변하지 않았다.
이상의 판례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세지는 분명하다. 이 사건은 경매 입찰 예정자들의 입장에서 임차인의 우선변제권과 대항력 발생시점이 언제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기준이 적법하고 유효하게 인정되는 임대차계약 체결시점이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보증금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권리금을 보전하기 위해 선순위임차인의 지위를 포기하고 새 계약을 맺었다가 더 큰 손실을 입은 피고의 오판은 부동산경매에서 등기부상 권리순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반면교사와도 같다.
누누이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경매법정의 운영은 채무자의 채무상환이나 입찰자의 편안한 낙찰이 아니라 '적법한 순서에 따른 채권자의 이익 추구'에 그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최우선적으로 감안하면 실무에서 부딪히는 적지 않은 난제들을 어느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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