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매는 많은 이해관계인이 얽혀있고, 특수한 환경에 처한 물건이 많기 때문에 비슷해보이는 사건일지라도 다른 판결이 내려지기도 한다. 또한 동일한 사건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판결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경매전문가들도 최신 판례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야하는 이유이다.
오늘의 소개할 판례도 평범한 판례는 아니다.
사정이야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남의 명의를 빌려서 경매에 입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후 물건을 낙찰 받게 되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 물건을 되파는 경우 양도소득세는 누가 부담해야 할까?
오늘은 이와 관련된 판결을 알아보고자 한다. 실제 이 사건을 심리한 법원에서도 이에 대한 판결이 엇갈릴 정도이니 일반인들이야 오죽할까?
강남 소재 근린상가의 1/2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A씨는 나머지 절반의 지분권자인 B씨의 부탁에 따라 자신의 지분을 포함한 부동산 전체에 관해 1995년 3월 2억6000만원의 근저당권을 C사에 설정해줬고, 1999년 6월에는 D은행에게 3억6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그런데 B씨가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등 자금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A씨는 장래 발생할지도 모를 구상금 채권 등을 담보하기 위해 2001년 6월 B씨의 지분에 6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반년이 지난 2002년 1월, E사가 B씨에 대한 2억원의 청구채권에 기해 이 사건 부동산 중 B씨의 지분을 가압류했고 B씨는 A씨와 논의 끝에 이 사건의 부동산을 매도해 매매대금을 1/2씩 나눠 가지기로 했다.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 등을 말소하기 위해 원고 명의 근저당권을 실행하되 A씨가 경매절차에서 B씨의 지분을 낙찰받는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2002년 4월 계획대로 경매가 개시됐고 이 경매가 진행되는 도중인 2002년 9월, A씨와 B씨는 이 건물을 F씨와 G씨에게 22억원의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어진 경매과정에서 A씨는 7억1300만원의 입찰가를 써내 B씨의 지분을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2002년 11월 29일, A씨가 지급받을 6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1300만원을 B씨가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각대금이 지급됐고 이에 따라 다음날인 30일에는 B씨의 지분이 A씨 앞으로 소유권이전 등기됐다. 그리고 A씨는 9월에 체결됐던 매매계약에 따라 2002년 12월, 이 사건 부동산 전체에 관해 F씨와 G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줬다. 매매대금 22억원을 두 사람이 약 절반의 비율로 나눠 가진 것은 물론이다.
일주일 후 A씨는 이 사건 부동산을 22억원에 양도했다고 하면서 양도소득과세표준 예정신고를 했다. 이 때 A씨는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 발생했다. 이 거래에 관해 세무서에서 A씨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이다. 부동산에 걸린 근저당권 등의 말소를 위해 이름만 빌려준 것으로 여겼던 A씨는 양도소득세부과처분취소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 대하여 1심 법원에서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B씨 지분이었던 부분의 양도소득 실질귀속자는 B씨고 A씨는 형식상 소유권이전등기가 된 자에 불과하므로 실질과세의 원칙상 양도소득세는 B씨에게 부과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심 법원에서는 다른 판결이 내려졌다. 2심 법원은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수대금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약정함에 따라 매각허가가 이루어진 경우, 매수인의 지위에 서게 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그 명의인”이라며 “위 지분의 소유권은 원고가 취득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를 양도함에 따른 양도소득도 원고에게 귀속되며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자로 본 세무서의 처분은 위법하다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종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결과가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이 결국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의 지위에 서는 사람은 그 명의인이고 이 명의인이 경매낙찰받은 부동산을 양도함에 따른 양도소득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자인 명의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 사건처럼 A씨가 B씨와의 약정을 이행하기 위해 직접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준 경우에는 매수대금을 부담한 B씨가 사실상 소득을 얻은 것이므로 B씨가 양도소득 납세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상의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경매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매수인이 된 명의인은 소유권 취득은 물론 양도소득 발생 시 양도소득 납세의무도 함께 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소득의 귀속 주체가 명의인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특정할 수 있을 때는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의 판례는 이처럼 특수한 경우에 처하지 않은 입찰자들보다는 부동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분권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부동산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는 경우,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일 가능성이 크고 공유자우선매수신고라는 강력한 권리 행사가 1회 가능한 만큼 이와 똑같은 사례가 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