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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절차에서 민사유치권과 상사유치권의 적용문제 | 조영준교수 / 2017.07.10 | |
1. 민사유치권과 상사유치권의 차이 유치권 분쟁에 휘말릴 경우 유치권의 성부에 관한 명확한 법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민사유치권과 상사유치권으로 구분하여 전략적으로 소송에 대응할 경우 효과적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사유치권을 규정한 민법 제320조 제1항에서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은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는 물론이고, 채권이 목적물의 반환청구권과 동일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한 경우도 포함한다. 즉 채권과 목적물 사이의 견련관계가 필요하다. 한편, 상인 간의 쌍방적 상행위(양당사자가 모두 상인인 경우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상사유치권(상법 58조)의 경우, 민사유치권과 달리 피담보채권이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것일 필요는 없다. 즉 견련관계가 불필요하다.
한편 민사유치권의 행사를 위해서는 위와 같이 채권과 목적물 사이에 견련성만 있으면(즉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이면) 굳이 그 목적물이 채무자의 소유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나, 상사유치권은 반대로 그러한 견련성은 불필요하나 유치목적물이 반드시 채무자 소유여야 한다.
2. 점유의 취득원인과의 관계
민사유치권은 채권이 그 목적물에 관해 생긴 것이면 족하고, 채권과 목적물의 점유 자체와의 견련성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목적물을 점유하기 전에 그 목적물에 관련되는 채권이 발생하고 그 후 어떤 사정으로 목적물의 점유를 취득한 경우에도 유치권은 성립하게 된다(대법원 1965. 3. 30. 선고 64다1977 판결). 하지만 상사유치권의 경우는 ‘점유의 취득원인’이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상법 58조). 이 점에 관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쌍방적 상행위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채무자에 대한 일방적 상행위로 족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선행근저당권에 대한 대항력 문제 있어서도 민사유치권은 여전히 유치권행사가 가능하나, 상사유치권의 경우는 선행근저당권자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3. 하수급업체의 유치권행사에 대해 건물주는 방어할 수 있나?
위와 같은 민사유치권과 상사유치권의 차이점은 실무상 하수급업체의 유치권행사 관련 분쟁에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의하면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을 경우, 하수급인은 발주자(원도급인)에게 직접 공사대금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 결과 하수급인은 발주자에게 직접 채권을 갖게 되므로 발주자의 건물에 대해 유치권행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발주자가 수급인에게 이미 공사대금을 지불하였음에도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는 공사대금 전체를 변제하지 않고 딴 곳에 유용한 경우에도 하수급인은 원도급자 소유의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런 사례에 대해 아직 판례가 구체적으로 정착된 것은 아니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통상 건축공사의 경우는 수급인과 하수급인은 공사업체들이므로 당연히 상인일 가능성이 높고, 만약 건축물이 상가의 경우 원도급인 역시 상인일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러한 법률관계에서 상사유치권이 민사유치권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관하여 종래의 대법원판례 중 2007. 9. 7. 선고 2005다16942 판결과 2007. 5. 15.자 2007마128 결정 내용 중에 하수급인이 수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못 받은 경우 원도급자의 건물에 독립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판시한 바 있다는 이유로 하수급인의 건물에 대한 독립된 유치권행사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위 판례들은 쌍방이 민사유치권의 성립 여부에만 다툼이 있었을 뿐, 상사유치권에 관한 주장 자체가 없었으므로 이를 근거로 상사유치권의 성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위 판례들은 그동안 부동산이 상사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에 관해 논란이 되어 왔던 시절에 나온 판례인데 최근 대법원은 부동산도 상사유치권의 대상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2다39769․39776 판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더 이상 위 판례들 중 판시된 내용만을 근거로 하수급인의 독자적 유치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하기에는 논거가 약하다고 본다. 만약 거시된 두 사례들의 경우, 유치권을 부인하려는 소송당사자가 하수급인의 유치권은 상사유치권에 해당되므로 유치목적물이 채무자의 소유여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면 소송의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위 상사유치권 관련 판례(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의 취지상, 하수급인은 발주자에게 직접 채권이 없어 유치목적물의 소유자가 채무자가 아니게 된다. 따라서 이런 논리라면 하수급인은 건물주를 상대로 상사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더 논의되어야 할 과제이기는 하나, 생각건대 건물주인 도급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은 수급인에게 공사대금 전체를 지불하였음에도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다 지불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하수급인의 유치권을 인정하게 된다면 도급인에게 이중지급의 부담을 지우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사유치권의 특칙을 우선 적용하여 하수급인의 유치권을 부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제 소송의 경우 처분권주의(민사소송법 203조)로 인해 유치권을 부인하려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유치권이 민사유치권이 아닌 상사유치권에 해당된다고 이를 주장․증명해야만 법원에서 판단을 하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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